공부의 미래 핀란드 ① 시험부담없이 배운다
공부의 미래 핀란드 ① 시험부담없이 배운다
“시험 공부는 거의 안합니다. 전날 배운 것을 20~30분쯤 훑어보는 정도예요.”
핀란드 키르코노미시 니스니쿠 학교
8학년에 재학 중인 아우구스티 하아팔라군(14)은
시험 공부 시간을 묻는 질문에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수업 시간에 공부하면 다 알 수 있으니까
시험 전에 따로 공부하지 않는다”면서
“선생님도 시험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평가하는 것인 만큼
시험 전날 따로 공부를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수학이 따분하거나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도
“쉽고 재미있다. 다른 친구들도 수학 시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20일 오전 9시 이 학교 8학년 수학 시간,
20여명의 학생이 몇 명씩 모둠별로
‘비율’에 대한 과제를 풀었다.
교사는 교실 이곳저곳을 다니며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관찰할 뿐 강의를 하지 않았다.
학생이 손을 들면 간단히 도움말을 해주고 자리를 떴다.
교사가 학습 과정을 통제하지 않았지만,
딴짓을 하거나 풀이 죽어있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수학 개념 하나하나 천천히 익혀
답 맞히기 대신 창의성 중점 평가
낮은 점수 받은 학생 구술 재평가
설명 듣고 설득력 있으면 반영
점수보다 공부하는 자세 중요시
이 학교 8학년 학생들은 무려 5주 동안 비율에 대해 배운다.
한 주에 수학수업이 3회이니
무려 15시간 동안 비율에 대해 익히는 것이다.
15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대부분의 학생은 비율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요우니 코펜 수학 교사는 “학생별로 수준 차가 난다.
약분을 못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고교 수준의 비율 문제를 푸는 학생도 10% 정도 있다”면서
“수업을 마친 뒤 진도를 못 따라가는 학생은
방과후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더 받는다.
이 과정까지 하면 대부분 이해를 하며
여기서도 불충분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학습 프로그램에서
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객관식 거의 없고 글쓰기 시험으로 평가
핀란드 학생에게 평가, 즉 시험의 의미는 무엇일까.
핀란드 중·고교에서도 시험을 치른다.
과목별 학기말 시험도 있고,
선발 고사를 보는 고교도 있다.
고교 과정을 마치면 우리나라 수능시험 격인
‘국가 대입자격시험’을 보고
대학별 고사도 따로 치러야 하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시험 형식이 우리와 다르다.
즉 여러 문항 가운데 맞는 것 혹은
틀린 것을 골라내는 문제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주어진 문제에 대해
자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내려가야 한다.
달달 외우기나 문제집 많이 풀기,
값비싼 사교육이 영향을 주지 못하는 구조다.
성적표엔 지필 고사 점수가 기록되지만 중요도가 부분적이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창의적으로 문제 해결을 해 내는지,
친구와 협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학생들은 9학년을 마칠 때까지
친한 친구의 성적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더라도 이를 상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는 게 이곳
학생·학부모의 공통된 이야기다.
게다가 교사는 교내 시험에서
학생이 낮은 점수를 받으면 학생을 불러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를 설명하도록 한다.
그 설명이 설득력이 있거나
학생이 모르는 지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교사는 그에 맞는 점수를 부여해준다.
◆배우는 방법·태도 가르치는 학교 교육
평가에 대한 부담이 적어 자칫 공부를 소홀히 하진 않을까.
실제로 이곳 학생 일부는 초·중학교에서 고교로 진학해
갑작스럽게 학업 부담이 늘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이 적잖다.
저학년 때 학교 수업에만 충실할 뿐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놓지 않아
고교 때 혹독한 자기만의 싸움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요우니 코펜 교사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도 시험 점수보다
공부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가령 기타 연주를 보기만 하고 실제 연주를 하지 않으면
기타를 배울 수 없지 않느냐.
서툴러도 스스로 기타를 연주해보면
나중에 기타를 잘 칠 수 있는 원리”라면서
“배움의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 함께 공부하며
배우는 사회적 능력을 점수보다 우선 가치에 두는 것이다.
시험은 학생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
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핀란드에서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 글은 학원노, 학원관리의 원장노하우의 글입니다.